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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은 설악산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
“인간의 욕망은 설악산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 것”
  • 송희원
  • 승인 2019.09.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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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토) 블랙야크 알파인센터(강북구 우이동)에서 열린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감독 이강길) 상영회에서 배성우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사를 만났다.

영화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측의 갈등을 지난 5년 동안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그는 이 영화의 출연자이기도 하다.

배 이사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시위 현장에 줄곧 참여해왔다. 그를 만나 지난 9월 16일에 내려진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최종 ‘부동의’ 판결에 관한 소감을 물었다.

다음은 배성우 이사와의 인터뷰 내용.

Q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시위 활동에 참여해왔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최종 ‘부동의’ 판결에 관한 소감은?

A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반대 과정에서 제일 가슴 아팠던 건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영화에도 나왔듯이 산악계가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나 몰라라 했다는 점이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음으로 전국의 산이 없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케이블카를 놓기 위해 모든 등산로를 폐쇄할 것”이라는 정치적인 발언을 했을 때,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좌우 진영, 흑백논리를 다 떠나서 나서서 한마디씩 해야 했다. 그런 상황까지 가서도 산악인들이 무관심했던 것이 속상했다.

Q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A 제일 억울했던 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한다고 산 선배들한테 ‘빨갱이’라는 얘기까지 들었을 때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건 내 개인적 부귀영화를 위한 게 아니라, 산에 다니는 사람 중 한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왜냐면 산은 걸어 올라가는 게 낫고, 또 산을 후대에 잘 물려주기 위해서다.

박근혜 정권 때부터 재추진돼 온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한다고 해서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너무 말이 안 된다.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스틸 컷.
‘설악, 산양의 땅 사람들’ 스틸 컷.

Q 환경부 ‘부동의’ 판결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것은 아닌가?

A 인간의 욕망은 설악산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저항하는 사람은 계속 저항해야 한다. 케이블카 사업이 마무리되려면 국립공원은 개발사업으로 절대 못 건드린다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Q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찬성 측이 이번 결정에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소송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는데.

A 찬성 측은 해외 선진국들의 산악 케이블카 운영 사례를 들며 사업 추진을 주장한다. 미국, 스위스, 일본 다 케이블카도 열차도 있다. 중국도 다 있다. 하지만 스위스, 미국은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를 놓지 않는다. 국립공원이 아니라 스키장같이 관광객들을 위한 곳에 놓는다. 또 중국처럼 산에 케이블카를 놓게 되면 정거장뿐 아니라 정상까지 오르내리기 위한 나무·대리석 계단을 만들게 된다. 중국의 산에 가면 야생동물을 보기가 힘들다.

생태계에 가장 정점에 인간들이 있다. 물론 인간들이 최고 포식자이지만, 이 세상에 인간들만 살 수는 없다. 생태계의 조화라는 것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먼 훗날 내게도 손자 손녀가 생기면, 내가 옛날에 올랐던 방식으로 설악산을 다시 올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