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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771km, 13일 12시간 만에 걸었다
백두대간 771km, 13일 12시간 만에 걸었다
  • 이영준 기자
  • 승인 2019.10.22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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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둘이서 백두대간을 13일 12시간 28분 만에 주파했다.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실 주행거리 771km, 누적고도만 5만557m에 이른다.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기 시작한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이들보다 빠르게 전 구간을 완주한 사람은 없었다.

주인공은 박준섭, 고민철 씨와 스태프로 참여한 조덕래, 박주필, 조원희 씨. 블랙다이아몬드 코리아의 후원을 받는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백두대간을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뭉쳤다. 이른바 트레일러닝 계에서 ‘핫’한 문화인 ‘FKT(Fastest Known Time)’를 백두대간에서 시험해보고자 도전한 것이다.

진부령 정상에 도착한 고민철 씨와 박준철 씨.
진부령 정상에 도착한 고민철 씨와 박준섭 씨.

하지만 단순히 기록과 경쟁만을 위해 이들이 장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백두대간 길을 살려서 해외 트레일처럼 우리 모두가 백두대간을 함께 살리고 이번 세대가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가 충분히 장거리 트레일을 즐기도록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종주 이후 남긴 기록에서 이들은 이렇게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장거리 트레일 자체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산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장거리 트레일을 즐길 수 없는 걸까? 개인적인 욕심과 경쟁력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외롭고 힘들어보인다. 경쟁을 즐긴다면 작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큰 것을 이룬 순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하고 공감하고 조건 없이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움 주는 문화가 아닐까.”

8월 23일,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는 마음으로’ 지리산을 출발한 두 사람은 첫날 46km, 누적고도 3600m를 오르는 등 매일 평균 18시간동안 30~80km에 이르는 산길을 달리거나 걸었다. 그 사이 밤이 깊어 산을 내려오는 둘을 위해 스태프들은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이들을 촬영하고 기록하고 다음 날을 계획하며 기다렸다. 잠은 트레일러닝 슈즈 업체인 호카코리아에서 후원한 캠핑카에서 잠시 몸을 누이곤 눈을 뜨면 다시 달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박준섭 씨는 결국 중간을 지날 즈음 발목 통증으로 도전을 포기해야했다. 함께 진부령의 백두대간 비에 입맞춤하려던 계획이 틀어진 것보다도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고민철 씨는 과연 남은 구간을 혼자서 달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힘든 오르막길을 끝낸 정상에서도 저체온증과 탈진 속에 조난을 걱정하며 다시 내리막을 향한 걸음을 옮기길 여러 날, 결국 고민철 씨는 남은 구간을 홀로 달려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비가 내리던 9월 5일 밤, 진부령에 닿았다.

13일 12시간 28분이라는 기록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있을는지 알수 없지만,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었다. 우리는 스스로 이 세상에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기록이라는 게 중요한 걸까. 우리가 도전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모든걸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는 어려움에 부딛혀 그것들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 모두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지 않을까? 경험이라는 건 오랜시간 동안 기억되고 기록이라는 건 금방 잊혀질 뿐이다.”

 

자료제공 블랙다이아몬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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