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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말 푸르자, 8천 미터 14좌 189일만에 완등
니르말 푸르자, 8천 미터 14좌 189일만에 완등
  • 오영훈 미국통신원
  • 승인 2019.12.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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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창호 대장 보유 종전 기록 갱신…등반스타일에 대해 설왕설래 이어져 

네팔의 니르말 푸르자(37세)가 6개월 6일(189일) 만에 8천 미터 14좌를 완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종전기록은 고 김창호 대장의 7년 10개월 6일이다. 

니르말 푸르자.
니르말 푸르자.

푸르자는 2003년부터 영국 구르카 용병이었다가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2018년 전역했다. 이전 등반 경력으로는 2012년 처음으로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 로부체 동봉을 등정했다. 이후 2014년에 다울라기리, 2016년에 에베레스트를 각각 올랐다. 이후 2017년에는 구르카 원정대를 꾸려 13명의 구르카 군인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다시 섰다. 당시에 푸르자는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 세 개 봉을 5일 만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19년 4월 23일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면서 7개월 미만에 14좌를 모두 오른다는 ‘프로젝트 파서블’(Project Possible 14/7)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초오유에서 니르말 푸르자. 사진 안젤라 베나비데스.
초오유에서 니르말 푸르자. 사진 안젤라 베나비데스.

안나푸르나를 시작으로 푸르자는 다울라기리, 캉첸중가,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를 봄 시즌에 모두 올랐다. 특히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는 48시간 30분 만에 모두 오르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에베레스트를 오른 뒤 10시간 만에, 같은 날에 로체 정상에 섰다. 다울라기리부터 마칼루까지 5개 봉을 단 12일 만에 오르기도 하는 대기록이었다.
여름 시즌에는 파키스탄의 고봉 5개를 모두 올랐다. 이중 세계 2위봉 케이투가 가장 난관이었다. 다른 원정대는 날씨와 등반의 어려움으로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을 무렵 푸르자의 원정대가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다. 이틀 뒤에 인근의 브로드피크에 올랐다.
가을에는 10월부터 시샤팡마 등반을 금한다는 중국 정부의 예보가 있던 터라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9월 마나슬루를 등반하던 푸르자는 일단 10월이 오기 전에 급히 초오유로 이동해 등정을 하고 다시 마나슬루로 돌아와 등정을 마쳤다. 이후 네팔 정부의 지원 속에 중국 정부로부터 특별 등반 허가를 받고 마침내 시샤팡마를 등정할 수 있었다.
8천 미터 14좌 완등으로는 세계 43번째다. 마침 당시 동행한 밍마 게부 데이비드 셰르파도 14좌를 완등해 44번째로 등록됐다. 특히 밍마는 30세로 완등해 최연소 기록을 갱신하게 됐다.


한편 푸르자의 등반 스타일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다.
푸르자는 이번 연속등반을 재정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여러 후원사, 인터넷을 통한 크라우드펀딩 모금,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낭가파르바트에서 등반안내인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고 심지어 자신의 집을 저당 잡히기도 했다. 한편 신속한 체력 회복을 위해 대부분 인공산소를 사용해 올랐다. 셰르파 도우미도 여럿 고용했다. 등반을 마친 뒤 바로 헬리콥터를 이용해 다음 산의 베이스캠프로 날아가는 것도 여럿이었다.
시모네 모로(이탈리아)는 푸르자의 등반은 ‘고산 관광’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산소, 고정로프, 안내인 등의 온갖 도움을 받아 가며 오른 뒤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해 온 많은 사람들을 고개 숙이게 하는 업적이라고 인정했다. 

시모네 모로(좌)와 함께 한 니르말 푸르자. 사진 니르말 푸르자.
시모네 모로(좌)와 함께 한 니르말 푸르자. 사진 니르말 푸르자.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도 유사한 의견이었다. 8천 미터 14좌를 동계와 신루트 등 고난도로 완등한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를 언급하며, 푸르자가 그러한 반열에 오르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신 푸르자는 ‘재정관리, 지도력, 팀워크, 실행 능력, 또 무엇보다 탁월한 신체적 저항력’을 보여주었다고 칭찬했다.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의 라인홀트 메스너(좌)와 니르말 푸르자(우). 사진 니르말 푸르자.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의 라인홀트 메스너(좌)와 니르말 푸르자(우). 사진 니르말 푸르자.

반면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크리스 보닝턴(영국)은 ‘푸르자의 업적은 꽤 특출나긴 하지만 그건 진정한 등반은 아니다. 등반은 탐험성이 담보돼야 한다. 큰 산을 신루트로 오르는 것 말이다.’라고 했다. 스티븐 베너블스(영국)는 ‘산소를 사용한 건 흠이다. 게다가 고정로프도 썼다. 이건 알피니즘이라고 하긴 어렵다. 기네스북에 오르긴 하겠지만 산악사에는 단지 주석으로만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표트르 푸스텔닉(폴란드)은 ‘푸르자는 신체적으로는 으뜸이다. 그러나 이 업적을 우러러보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영국의 등반 관련 온라인 게시판인 ‘ukclimbing.com’에는 푸르자 업적에 관한 토론방도 생겨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니르말 푸르자의 8천 미터 14좌 완등 행보

안나푸르나1봉 8091m 4월 23일
다울라기리1봉 8167m 5월 12일
캉첸중가 8586m 5월 15일
에베레스트 8848m 5월 22일
로체 8516m 5월 22일
마칼루 8163m 5월 24일
낭가파르바트 8125m 7월 3일
가셔브룸1봉 8080m 7월 15일
가셔브룸2봉 8035m 7월 18일
케이투 8614m 7월 24일
브로드피크 8051m 7월 26일
초오유 8188m 9월 23일
마나슬루 8163m 9월 27일
시샤팡마 8027m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