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4-02 12:14 (목)
야심찬 세 원정대 모두 에베레스트 동계 등정 실패
야심찬 세 원정대 모두 에베레스트 동계 등정 실패
  • 오영훈 미국통신원
  • 승인 2020.03.03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산소, 단독, 속도 등반 ... '관심끌기'라는 지적도

에베레스트 동계등반에 세 팀이 나섰지만 모두 정상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이들의 등반은 위성송수신 장비와 삼차원 그래픽 및 동영상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되다시피 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세 팀 모두 인공산소를 사용하지 않았다. '관심끌기'라는 지적도 있었다.

먼저 스페인의 알렉스 치컨(37세)이 이끄는 팀이다. 치컨 외에 스페인 등반가 1명과 셰르파 도우미 3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에베레스트 인근 쿰부 지방 셰르파 조합인 SPCC에서 조직된 ‘아이스폴 닥터’ 팀이 1캠프까지 까다로운 아이스폴 구간에 사다리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치컨 일행은 먼저 인근의 아마다블람(6812m)을 성공적으로 등정한 뒤 1월 후반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입성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알렉스 치컨 원정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알렉스 치컨 원정대.

에베레스트는 2캠프(6450m)까지는 지형이 복잡한 편이다. 이번이 세 번째 에베레스트 동계 등반인 치컨은 이전과 달리 조그만 호수가 여럿 형성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등반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크레바스에도 빠지고 눈사태에 휩쓸릴 뻔하기도 했다.

이들은 3캠프(7300m)까지 올랐지만 추위와 낙석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월 말 다시 3캠프까지 올랐지만 70cm에 달하는 신설에 체력이 부치고 눈사태 위험이 겹쳐 등반을 포기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요스트 코부쉬. 사진 테라그래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요스트 코부쉬. 사진 테라그래피.

둘째로 독일의 요스트 코부쉬(27세)는 2019년 크리스마스에 베이스캠프에 입성했다. 코부쉬는 베이스캠프 북쪽의 로라 고개를 올라 국경을 넘어 중국 쪽 에베레스트 북벽과 서릉을 연결해 단독으로 오른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코부쉬는 여러 차례 혼자 로라 위의 1캠프(6050m)를 왕복했다. 주요 구간에는 고정로프를 설치했다. 그러나 그 위 북벽 구간에서는 고전했다. 동계 특유의 강풍에 고전했고, 특히 1월 말에는 왼발에 근육 손상 부상을 입었다.

결국 강풍과 부상 탓에 코부쉬는 2월 초에는 “가장 큰 목표는 최대한 많이 올라가 보는 것”이라고 밝히며 기준을 낮춰 잡았다. “핵심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등반의 의의를 다짐하기도 했다. 결국 2월 말, 7260m까지 전진한 뒤 하산했다.

코부쉬는 독특하게도 위성 송수신 장비를 휴대해 현 위치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요스트 코부쉬는 본인의 등반을 홈페이지의 3차원 영상으로 실시간 위성 중계해 관심을 끌었다.
요스트 코부쉬는 본인의 등반을 홈페이지의 3차원 영상으로 실시간 위성 중계해 관심을 끌었다.

세 번째 팀은 네팔인 셰르파 4명이다. 이들은 2월 말 갑작스럽게 에베레스트 동계 등반을 선언해 큰 관심을 끌었다.

2월 막판에 캠프 왕복 없이 한 번에 정상 등정을 계획했던 셰르파 4인조.
2월 막판에 캠프 왕복 없이 한 번에 정상 등정을 계획했던 셰르파 4인조.

따시 락파 셰르파(대장) 외에 파상 누르부 셰르파, 밍뗌바 셰르파, 할룽 도르치 셰르파 등이다. 따시 락파는 에베레스트 8회 등정 경험이 있으며 최연소(18세)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기록 보유자다. 특히 네팔 최대 원정대행사 세븐서밋트렉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

따시 락파는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를 등정하고 돌아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대담한 등반 계획을 발표했다. 2월 24일 베이스캠프까지 헬리콥터로 이동한 뒤, 알렉스 치컨 일행이 설치한 루트를 따라 25일에 2캠프, 26일 3캠프, 27일 4캠프, 28~9일에 정상을 등정한 뒤 2캠프로 하산하여 2월 말까지가 기준인 동계 등정을 성공한다는 계획이다.

결과는 알렉스 치컨과 마찬가지로 2월 말 쏟아진 신설로 고전하다가 해발 7000m까지 전진한 뒤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따시 락파 팀의 계획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긴 했지만 만일 눈이 오지 않고 날씨가 괜찮았다면 어디까지 올랐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들의 등반을 두고 '관심 끌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며 서양의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사실 네팔인 중에 14좌 완등, 고봉 등정 경력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본인이 소유했거나 소속된 원정대행업체 홍보에 주력해왔다. 지난 10월 6개월만에 8천 미터 14좌를 완등해 세계 산악계를 놀라게 한 니르말 푸르자도 원정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세븐서밋트렉은 올해 12월에 출발하는 K2 동계 초등 원정대에 합류하는 등반상품을 3월 1일부터홍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8천 미터 14좌 동계 미등봉인 K2에 오는 12월 함께 할 대원을 모집한다는 세븐서밋트렉의 광고.
마지막 남은 8천 미터 14좌 동계 미등봉인 K2에 오는 12월 함께 할 대원을 모집한다는 세븐서밋트렉의 광고.

'관심끌기'라는 비판은 코부쉬의 단독 등반에도 적용된다. 코부쉬는 등반 사진이나 소식에는 철저히 고독 속에 등반을 펼치는 단독등반가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는 전문 촬영진이 하단부에서 동행해 '이미지화'를 도왔다. 소지한 위성송수신기를 통해 끊임없이 등반일기와 철학적 단상을 올리면서 전 세계 네티즌의 관심을 끌고 소통했다. 에베레스트 등반가가 산 밖의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이 연결된 적은 없었을 정도다.

코부쉬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 시선이 쏠린 현상을 두고 비꼬는 이도 있었다. 독일의 산악평론가 마크 호렐은 코부쉬와 유사한 가상의 인물을 설정해 풍자소설을 썼다. 주인공이 베이스캠프에서 휴대한 위성송수신기를 화장실에 빠뜨리는 바람에, 주인공이 크레바스에 빠진 줄 알고 구조대가 출동한다는 내용이다. 구조활동에는 영문을 모르는 등반가 주인공도 참여한다는 우스꽝스러운 줄거리다.

로라를 등반 중인 요스크 코부쉬 뒤로 베이스캠프와 푸모리(7161m)가 보인다. 사진 테라그래피.
로라를 등반 중인 요스크 코부쉬 뒤로 베이스캠프와 푸모리(7161m)가 보인다. 사진 테라그래피.

치컨 역시 숙련된 셰르파 도우미들과 아이스폴 닥터팀의 지원이 없었다면 세 차례의 고산등반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